삼류 극장의 추억

                  파리 소르본 대학교 주변의 거리인 생미셸의 한 예술극장인 샹포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 영화를 보는 극장의 분위기도 중요한 것일 수 있다. 거의 어메이징 스파이던 맨이 절반이상을 장악해 버리고,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이 간신히 몇개의 개봉관을 잡고 있다는 한국의 극장의 현실만 봐도 좋은 영화이전에 영화의 배급독점과 극장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나의 파리에서의 유학시절이 항상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과 고전적인 영화들을 무한하게 볼 수 있어서 였다. 한국돈으로 한달에 3만원 정도만 내면 무제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카드의 마술...그 영화뿐 아니라, 파리의 극장들의 다양한 분위기가 더욱 나를 즐겁게 했다. 고다르나 트뤼포, 사르트르가 자주 영화를 보았을 법한 생제르망 데프레의 극장들, 랑시에르가 젊은 시네필 시절을 보냈다던 개선문 뒤쪽의 맥마흔 극장등등..하지만 이 극장들은 시설이 참 좋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은 스크린 뒤쪽에 있을때도 있고, 앞사람의 머리 때문에 화면이 약간씩 가릴때도 있지만, 이 오래된 역사의 극장들의 분위기 때문에 그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파리에 살게 되면 누구나 시네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극장들의 전통때문일 것이다. 

 용돈의 여유가 없어서 데이트를 할 때 빼고는 마음대로 영화를 볼 수 없던 대학생 시절, 나에게 수많은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자유를 주었던 곳은 소위 동시상영하는 삼류극장, 좋게 말하면 재개봉관들이었다. 물론 유럽의 많은 예술영화를 보여주는 곳은 아니었지만, 개봉관에서 내려온 영화들은 2편씩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었고, 하루 종일 영화관에서 여러번 이 영화들을 보아도 관계가 없었다. 이 극장들은 나를 떠난 그녀를 그리워하며 흘리는 눈물을 하루종일 숨길수 있었던 도피처 였기도 했고, 생생한 영어리스닝을 해주는 학원이기도 했고, 현실을 고민을 잊고 이미지에 나를 몰입하도록 하는 예술적 몰핀을 흡입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극장들은 10년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존재 했었다. 저렴하게 자유롭게 영화를 보기 위해, 싸구려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때우고 나는 나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재개봉관들을 찾아 헤매었다. 재개봉관이지만 규모가 컸던 대림동의 서진극장, 화양리의 동부극장, 총신대근처의 이수극장, 은평구의 신양극장 등등...간신히 한국에 개봉된 택시 드라이버를 3번 연달아서 볼 수 있었던 홍제극장 등등...시설들은 않좋고 가끔 화면들은 끊어졌지만, 파리의 극장과 같은 전통은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시네필로서의 나를 시작하게 한 잊을 수 없는 서울의 삼류극장들의 추억이다. 이제 너무나 시설이 좋아져 극장보다는 마치 백화점과 같은 (아니 실제로 많은 멀티 플렉스가 백화점 위쪽에 있지 않은가?) 서울의 극장들의 지나친 화려함과 획일성속에서, 나는 더욱더 그 냄새나는 삼류극장들이 더욱 그립다. 우리는 바로 극장이라는 공간을 느끼면서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덧글

  • gummy panda 2012/07/10 23:18 # 답글

    영화를 기다리면서 지나갈 자리조차 없는 복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걸 옅듣는것도 또 다른 재미였는데. 이것도 삼류극장의 추억이겠죠 ㅎ
  • 오람1욥 2012/07/11 13:10 # 삭제 답글

    오랜만에 돌아오셨네요. 한동안 글이 없어 버려진줄 알았습니다. 자주 뵈용~
  • bergman 2012/07/11 13:56 # 답글

    9년간의 치열했던 유학생활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sarabande 를 계속 버려두고 있었다가, 이제 다시 컴백 했습니다. 이제 자주 뵐게요. ^^
  • 2012/07/12 16:38 # 답글

    읽고 동감하는 글이 참 많아요. 링크하고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 ᆞ러슈 2017/12/03 19:32 # 삭제 답글

    제가 대림동 서진극장 에서 영사기사로 1년동안 일한기억이 나네요 92년에서 93년도까지
댓글 입력 영역